[출처] 매경프리미엄_스페셜리포트_2017. 3. 24.
4차산업혁명시대 교육,
美 애리조나대학을 봐라
이달 초 4차 산업혁명과 교육에 대해 글을 썼다. 이번에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대학 한 곳을 소개하려고 한다. 미국의 애리조나주립대학(ASU)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혁명을 이야기하려면 이 대학을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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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ASU를 방문한 건 2002년 봄이었는데 그해 7월 이 대학에 변화의 불씨를 댕긴 인물이 총장으로 부임하게 된다. 그가 마이클 크로. 이 괴짜 총장이 시골 대학을 폭풍 속으로 몰아넣는다. 그는 ASU에 오기 전에는 뉴욕 컬럼비아대학 부총장으로 있었는데 이때부터 디지털 경영혁신의 선봉자였다. 대학교수·학생·직원 등이 갖고 있는 지식재산권을 대학에 귀속시키고 지재권을 법인화해서 벤처를 설립했다. 그 덕분에 컬럼비아대학은 매년 로열티 수입만 1억달러 이상 벌 수 있게 됐다.
크로 총장은 9세에 어머니를 여의고 해군 장교인 아버지를 따라 전국을 돌아다녔는데 고등학교 졸업까지 17개 학교를 옮겨다녔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4형제 중 대학 졸업자는 본인 혼자였다. 그래서인지 그는 저소득층 가정 출신 학생의 입학 비율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학위과정을 확대하고 디지털화에 역점을 뒀다. ASU를 유명하게 만든 스타벅스와의 대학교육 연계 활동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게 어떤 거냐 하면 스타벅스 직원들이 ASU 온라인 과정을 수강하면 등록금을 환급해주는 제도인데 학비는 정부기금과 스타벅스 직원 교육기금에서 댄다. 2015년 한 해 동안 스타벅스 직원 1500명이 수강을 했다.
크로 총장은 2014년 ASU 발전 방안으로 ‘뉴 아메리칸 유니버시티’ 모델을 선포한다. ASU를 울타리를 낮춘 공공리서치 대학으로 만들어 소수의 선택받은 학생을 교육하는 게 아니라 커뮤니티 전체를 교육하는 포용적인 모델로 아이비리그와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그 결과 US뉴스&월드리포트에서 2년 연속(2015·2016년) 가장 혁신적인 대학(the Most Innovative Schools in America) 1위로 선정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업의 인사채용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가장 적합한 졸업생을 배출하는 학교(the best qualified graduates)를 선정하는데, ASU가 여기서 5위를 기록했다. 특히 혁신대학 분야에서 1위를 했는데 그 중심에 교육 방식과 커리큘럼의 개혁이 있다.
도대체 어떻게 대학교육을 개혁했을까? 먼저 모든 강의를 프로젝트 중심으로 바꿨다. 학생들이 지역 기업 또는 지역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해서 여기에 학점을 부여했다. 철저한 산학 협력, 지역 밀착형 교육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세계의 대학은 19세기 이후 점진적인 발전만 이뤘지, 기존의 틀에 갇혀 변화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에 도움을 주는 연구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69개의 학과를 폐지했다. 우리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교수들의 밥줄을 끊는 일인데 크로 총장은 이걸 밀어붙였다. 예를 하나 들면 지질학과와 천문학과를 없애고 이를 합쳐 지구 및 우주탐사학부(School of earth and space exploration)를 만들었다. 어떤 결과가 생겼을까? 기존의 교수들이 반발해 학교를 그만뒀다. 어떻게 그리 이질적인 학문인 지질학과 천문학을 합칠 수 있는가? 하나는 땅속을 연구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하늘 위를 연구하는 건데 같이 공부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런 논리였다. 그런데 정반대의 일도 벌어졌다. 그런 학문 나도 한번 연구하고 싶다. 지금 세계에서 ASU가 유일하게 그런 전공을 두고 있는 거 아니냐? 그렇게 해서 우수한 교수들이 대거 ASU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인류학과와 사회학과도 합쳐서 인간 진화와 사회 변화 학부(School of Human Evolution and Social Change)가 생겨났다.
이 대학에는 ‘eAdvisor’라는 게 있다. 온라인상으로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시스템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 있는 분야와 전공을 찾을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도움을 주고 수강 신청 시에도 가장 효율적인 수업과 시간을 조언해준다. 온라인 공개수업인 MOOC와도 협약해서 여기에서 공부한 것도 학점으로 인정해준다. 신원 확인하는 데 45달러, 한 학점당 200달러만 내면 된다. 학생들은 연간 4000달러의 등록금을 절약할 수 있다.
이 정도면 그동안 대학이 가졌던 기득권을 거의 다 깨부수는 혁신 아닌가 싶다. 대학개혁을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개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교육부와 대학의 카르텔 구조. 그 이면에 자리 잡은 끈끈한 경제적 동기. 교육개혁은 이런 기득권층의 고착화한 지대추구 구조를 혁파하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한국에서도 ASU 같은 대학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손현덕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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