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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주목하는 한국 대학의 노하우201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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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아일보_오피니언_2017. 7. 12.

해외에서 주목하는 한국 대학의 노하우

“한국 출신 ‘공대 코치’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만난 세계은행 관계자는 최근 한국의 공대 교수들에게서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개발도상국과 국제기구가 많다고 강조했다. 개도국들이 정부 부처,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서 활동한 경제 전문가들을 자국 고위공무원이나 자문관으로 영입하는 것처럼 한국 공대 교수를 데려와 ‘공대 운영 노하우’를 배우려는 나라가 늘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나라는 에티오피아. 이공계 특성화대인 아다마과학기술대(ASTU)의 총장으로 이장규 서울대 전기공학과 명예교수를 2011년 9월에 영입했다. 지난해 말까지 ASTU에서 활동한 이 전 총장에게 에티오피아 정부가 기대한 것도 공대 운영 노하우 전수였다. 실제로 이 전 총장은 ASTU 주요 전공에 국내 명문 공대의 교육과정과 수학·과학 중심의 입학시험 같은 ‘한국의 노하우’를 적용했다. 교수들의 한국 유학도 적극 지원했다. 그 결과 ASTU는 ‘아프리카의 카이스트’를 지향한다고 한다. ASTU의 성장을 본 현지 다른 대학들의 한국 공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정보기술(IT)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을 벤치마킹해온 우즈베키스탄은 국내 공대의 분교 유치에 관심이 많다. 제조업 키우기에 나서면서 ‘공대 육성도 한국을 따라 하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미 수도 타슈켄트에는 인하대 공대의 분교가 설립돼 있다. 학교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와 재정 등은 대부분 현지 정부가 부담한다. 더 많은 한국 대학의 공대를 유치하는 작업에도 공들이고 있다. 이 나라 정보기술통신발전부 차관으로 올해 2월까지 활동했던 김남석 전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 1차관은 “우즈베키스탄은 공대 운영 노하우를 직접 배운 뒤, 자체적으로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한국 공대는 현지에서 좋은 모델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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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보다는 아직 덜하지만, 한국 대학의 행정학과 언론학 교육에 대해서도 개도국 엘리트들의 관심이 커지는 추세다. 과거에는 성공적인 정책 자체에만 관심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정책 기획 △언론과 정부의 관계 △공무원 육성 △정책 평가 등에도 눈을 돌리면서 한국의 행정과 언론 등을 더 자세히 공부하려는 분위기가 생겼다. 세계은행 관계자는 “한국 대학의 행정학이나 언론학 교수들에게 조언을 구하려는 개도국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이 분야에서도 한국 대학 출신 코치들의 활동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공대, 나아가 대학교육 전반의 노하우 수출은 배움과 발전에 목마른 개도국에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동안 미진했던 한국 대학의 해외 진출을 활성화하는 기회도 될 수 있다. 우리 인력들의 해외 진출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 대학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코치와 노하우 수출에 나서야 할 이유다.

이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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