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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미래] 스스로 공부하는 인간2017-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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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일경제_오피니언_2017. 7. 14.

“스스로 공부하는 인간

“지적 욕구에 불타던 터라 일주일에 한두 번 하는 세미나 수업을 많이 신청했습니다. 그리스어로 플라톤을 읽고, 라틴어로 토마스 아퀴나스를 읽고, 프랑스어로 베르그송을 읽고, 독일어로 비트겐슈타인을 읽었습니다. … 모두 소수 학생만 듣는 수업이어서 결석은 불가능했습니다.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만 했던 셈입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에 나오는 도쿄대 수업 이야기다. 요즈음 대학을 생각하면 꿈같아 보인다. 이 회고는 학부 수업만으로 다치바나 같은 지적 거인이 생겨날 수 있었던 비결을 잘 보여준다.

고등교육의 목표는 `공부한 인간`이 아니라 `공부하는 인간`을 기르는 것이다. 대학은 수업료를 내고 `졸업` 단추를 누르면 직장이라는 상품이 쏟아지는 자판기가 아니다. 기존의 지식이나 정보를 이용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생산하는 주체적 인간을 양성하는 최정예 훈련소에 가깝다.

졸업생 대부분이 혼자서 공부할 수 없다면 그 교육은 실패로 평가해야 하고, 이것이 현재 대학의 참담한 실상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인문대생이 문헌을 분석하고 판별하고 분류하고 종합할 줄 알고, 사회대생이 조사를 설계하고 수행하며 평가할 줄 알고, 자연대생이 예측하고 실험하고 검증할 줄 안다면 직업을 얻는 일 따위는 부차적인 일이 된다.

세상이 일자리를 주지 않는다면 다치바나처럼 그들은 필요한 일을 스스로 창조할 것이다.

중략

옥스퍼드대학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이내에 현존 일자리의 절반가량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라 한다.

이런 시대에 대학이 취업 실무를 주로 가르치도록 부추기는 것은 학생한테 몹쓸 짓을 하는 것과 같다. 학생이 세상에 나가 벌이할 일에 대학은 무관심하고 무책임해져도 괜찮다. 그 대신 대학이 확실하게 책임질 일은 따로 있다. `읽기`와 같은 기초 체력을 확실히 붙여줌으로써 학생들의 주체성을 고양해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인간을 기르는 일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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