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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 대학을 소개합니다2017-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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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프레시안_오피니언_2017. 3. 1.

지순협 대안 대학을 소개합니다

② 지순협 대안대학 학생, 그들의 1년을 돌아보다

파편적 지식 습득이 아닌 전인적 교양교육을 표방하며 지난 2015년 1월 개교한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지순협 대안대학)’이 지난해 말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지순협 대안대학을 이끌어온 심광현 지순협 운영위원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 지순협과 대안 대학과 관련된 글, 그리고 지순협 졸업생의 논문 1편을 보내왔다. 지순협의 의미와 대안대학의 미래에 관한 글을 3회에 걸쳐 싣는다. 2회는 인터뷰다. 인터뷰는 지순협의 김기영, 유지원 씨가 진행했다. 편집자

갓 시작하는 실험대학에 용감하고 절실하게 지원서를 내민, 그리고 어느새 1년을 잘 버텨낸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했지만, 각자가 느끼는 지순협의 1년은 그들의 수만큼 다양할 것이다. 인터뷰를 하면서 그동안 미처 보지 못한 시공간과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모두들 나름대로 제 몫의 알을 깨느라 안간힘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맞닥뜨리며, 이 지면을 빌어 그 감동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입학

관심분야부터 연령대까지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지순협 대안대학. 그들은 어디에서 왔고, 어떤 상상을 가지고 이 학교에 모였을까?

우선, 하림의 말을 빌리자면, ‘대학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더 이상 대학 말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배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때, 잉여 그 자체로 지내고 있을 때’ 이곳을 발견하고, 들어온 학생들이 많았다. 그들은 대부분 20대 초반. 대학을 대학답게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장본인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제도권 대학에 대한 의문과 불안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대안대학에 대한 의문과 불안 역시 지닌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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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의 삶 속에서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공부’로 인한 변화를 기대하고 상상한 친구들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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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주관이 단단해지고 커지길 바라며 들어간 극단에서 1년간 활동을 하다, 여전히 부족함을 느껴 인문학과 철학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유정이를 비롯해, 예술 활동을 꿈꾸다, 인문학의 필요성을 느끼고 학교에 들어온 친구들도 꽤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전통연희’를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예술학교에서는 미처 채워지지 않는 공부를 더 하기 위해 이 학교에 들어왔다.

그 외에도 시민활동가로 한창 활동을 하다, 이 학교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모든 것을 청산한 뒤 공부하러 들어온 청년도, “남들은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하고 실력 있어 자신 있게 인생을 사는 모습을 보고 늘 배움의 길을 생각했다.”라는 예순이 훨씬 넘는 열정적인 학생, ‘흰소(흰머리소년)’님도 계신다.

변화

이처럼 각양각색의 이유와 개성을 지닌 친구들이 모인 지순협 대안대학. 그렇다면, 이들은 1년간 이곳에서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그들의 성장이 궁금하다.

우성: 시야가 맑아졌다고 해야 할까요. 평소에 가졌던 어렴풋한 생각들이 이 학교에 와서 배울수록 명확해져간다는 게 느껴졌어요. 아직 뚜렷하게 그려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정말 스스로도 뿌듯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죠.

‘지순협에 들어오고 나서 무엇이 가장 달라졌냐’는 질문에 시야가 넓어지는 체험에 대한 답변이 꽤 보인다. 지순협에서 배우는 공부가 세상과 나를 연결 짓고, 그 관계를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나보다.

전에는 그저 사회가 흘러가는 대로 무기력하게 존재했다면, 이제는 하나의 주체로서 사회의 문제에 분노하고 그 분노를 어떤 식으로 풀어내야할지 고민하게 됐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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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그렇다면, 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무엇일까. 학생들이 꼽은 수많은 수업과 선생님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유달리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며 인기를 끌었던 선생님이 계셨으니, 바로 1쿼터 <개인·사회·철학>의 박영균 선생님과 4쿼터 <정치경제학 개론>의 김정주 선생님이다. ‘머리가 띵-하고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공부에 맛을 느끼게 해준 두 선생님의 수업은 어땠을까. 소녀 팬, 찬이와 하림이의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따라 가보자.

찬이: 개인·사회·철학 수업. 박영균 교수님. 내게 들뢰즈를 알려주시며, 철학 공부에 눈을 뜨게 해주신 분. 수업명 그대로 나와 사회와 철학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셨고, 내 삶을 철학 공부에 기대 볼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마웠던 쌤이고 수업이지.

하림: 김정주 교수님의 ‘정치경제학 개론’ 수업이다. 이 수업시간만 되면 나에게 이 정도의 집중력이 있었나 싶을 정도의 엄청난 집중력이 생기고 수업시간이 넘어서도 계속 듣고 싶을 정도다. 머리가 띵-하고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재미도 솔솔하다. 수업내용뿐만 아니라 교수님이 항상 수업을 여시며 “(온화한 미소를 지으시며) 여러분, 일주일을 어떻게 지냈어요? 재밌거나 행복했거나 슬픈 일이 있었나요?”라고 말해주시는데, 그게 성시경의 “잘 자요”보다 달콤하게 느껴진다.

한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워크숍 수업은 어땠을까. 얼마 전, 지순협 송년회 행사에 앞서 심광현 선생님의 특강 겸 대담 이 마련되었던 것처럼, 지금까지도 워크숍의 적절한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림 그리는 워크숍만으로도 자기 자신이나 사물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를 알 수 있고, 철학, 역사, 인문학 등을 배우고 접목 시킬 수 있다”라는 수아의 말처럼, 인문학과 삶과 예술을 내 속에서 녹여낼 수 있는 워크숍을 기대해본다.

그럼에도 그 동안 진행된 워크숍에서 기억에 남는 수업 장면을 회상한 학생들의 이야기는 워크숍이 나아갈 긍정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우현: 힐링드라마 워크숍 중, 꿈 작업. 꿈속의 장면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내가 사람을 너무 어려워한다는 게 나왔다. 이것은 오랫동안 고민거리던 거라 이 기회에 해결하기로 했다. 그러다 사람들에게 용기를 내서 다가가 안긴 장면을 연출하면서 따뜻함과 고마움을 느꼈다. 그 이후로 사람에 대한 어려움이 크게 줄어들었다. (물론 갈 길이 멀지만.)

두헌: 동대문 DRP옥상에서 주변을 내려다보면 정말 무언가 ‘자본주의’라는 개념적 용어와 오버랩되는 ‘서울의 옥상들’이 낯설게 느껴져. 마치 서울에 구속시켜두었던 내 몸과 마음을 분리해내어서 이 험한 자본주의사회를 종횡무진 누비며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게 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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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앞에는 또 다른 1년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또 어떤 변화와 성장을 맞이할까. 1년 전 쭈뼛대며 학교에 들어섰던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새 학기를 맞이할 신입생들은 이 공간에 또 어떤 흐름을 만들어낼까.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얼굴들과 함께 할 2016년을 기대해본다. 그 동안과는 또 다른 과정이 되리라.

지식순환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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