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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암기’ 아닌 ‘활용’의 시대… 교육기관 변화 못하면 도태2017-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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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세계일보_일반_2017. 5. 5.

정보 ‘암기’ 아닌 ‘활용’의 시대…
교육기관 변화 못하면 도태

<22> 학교의 미래

◆ 현대사회의 ‘도그마’가 돼 버린 학교
역사적으로 인정받는 가장 오래된 교육기관은 중국 주나라의 태학(太學)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에 진나라와 한나라에서 박사제도를 두어 학문을 연구하게 했다. 그 후 중국의 고등교육기관은 시대에 따라 태학이나 국자학 등으로 불렸다.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교육기관은 고구려 372년(소수림왕 2)에 설립된 태학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 고등교육기관은 국자감, 성균관 등의 명칭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세운 이 학교들은 관리를 양성하는 것을 주목표로 하며 사서삼경 등의 경전을 공부했다. 지방에는 향교가 설치됐고 사설학교라 할 수 있는 서원도 널리 보급됐다. 유럽 대학의 기원은 1088년 정식으로 출범한 이탈리아의 볼로냐대학으로 보고 있다. 법학을 가르치는 이 학교는 교회로부터 독립한 시점을 학교의 기원으로 여긴다. 12세기가 되면서 영국과 프랑스에 대학이라 부르는 학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옥스퍼드대학과 파리대학이라 불리는 이 학교들은 학교 건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수업하는 교사 모임이었다. 교사들은 골목길에서 수업하기도 하고, 시장이나 교회의 마당을 빌려서 공부하기도 했다. 동양의 대학들이 정부 관리를 양성하는 역할을 했다면, 유럽의 대학은 교회와 왕으로부터 학문의 자유를 추구했다. 중세 유럽 사회에서 교회는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이었다. 교회에서 세례를 받아야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었고, 교회를 통해야 하나님의 나라에 갈 수 있었다. 만약 교회로부터 ‘파문’당하면 사회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어느 하나 발붙일 곳이 없어지게 된다. 현대사회의 학교는 과거 중세시대의 교회와 다를 바 없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귀족의 자제 등 소수의 사람만 학교를 다녔지만, 현대 사회에서 학교는 ‘도그마(Dogma)’처럼 절대적인 제도가 돼 버렸다. 학교를 통해서 사람이 만들어지고, 학교를 통해서 사회로 진출할 수 있게 돼 있다. 학교에 가지 않으면 사회의 낙오자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졸업장이 없으면 사회의 일원으로 간주되지 못한다. 심지어 학벌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만들어 배타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조선 말기 대원군의 서원철폐 운동이 생각날 정도로 학벌주의가 만연되고 있다.

◆미래인재 3요소인 지식 활용력, 협동심, 창의성
학교의 역할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그러면 사회는 어떠한 인재를 원하고 있는가. 당연히 조직의 목적을 달성해주는 인재를 원한다. 조직의 임무를 원만히 수행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는 첫째,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이 있고, 둘째, 협동심이 있으며, 셋째, 창의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사람일 것이다. 좋은 학교는 이러한 지식, 협동심, 창의성을 함양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사회가 바뀌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미래사회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그러한 사회는 어떤 인재를 필요로 할 것인가. 회사는 어떤 사람을 원할까. 인공지능(AI) 사회에서는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 3요소 중에서 ‘지식’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많은 지식을 머릿속에 저장한 사람의 값은 떨어질 것이다. 그에 반하여 인터넷에 있는 지식을 잘 ‘활용’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돋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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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교의 교육 내용
첫째, ‘지식 활용력’을 위해 컴퓨터나 인터넷에 존재하는 지식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기른다. 지식을 암기해 머릿속에 넣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모든 수업은 선생님이 주제를 던지고, 학생들은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 방법을 토론한다. 플립트 러닝(Flipped Learning) 방식이다. 교육 콘텐츠는 선생님이 만든 영상 자료 또는 무크등 공개된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둘째, ‘협동심’ 함양을 위해서 수업은 프로젝트 중심으로 진행한다. 프로젝트 수업은 문제를 정의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지식을 찾아서 배운다. 이러한 일은 팀을 짜서, 팀별로 자율적으로 진행한다. 이를 메이커교육이라 하기도 한다.

셋째, ‘창의성’을 위해서는 프로젝트 수업에서 선생님은 해결할 문제를 제시하지 않고 예시를 보여주도록 한다.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발굴해 정의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문제를 정의하는데, 전체 수업시간의 절반 이상을 사용한다. 선생님은 문제 정의 단계부터 만족스러운 문제로 만들어질 때까지 지도한다. 학생은 학교, 가정, 회사, 길거리 등에서 질문을 하면서 문제를 찾아 정의한다. 문제의 수준은 한 학기 동안 팀으로 열심히 해야 하는 정도의 난이도를 가진다.

사회가 급변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도 변하고, 학교도 변하고 있다. 미래 학교는 지식 활용력, 협동심, 창의성을 함양하는 곳이 될 것이다. 교육 시스템을 이처럼 바꾸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에 변화에 적응한 학교와 그러지 못하는 학교로 갈릴 것이다. 당연히 학교 차이가 더욱 커질 것이고, 학벌주의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변화에 낙오된 학교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학벌주의가 살아 있는 한, 졸업장은 여전히 유용한 ‘증’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변화에 뒤처진 학교들은 유럽의 교회처럼 ‘증’을 발행하는 역할로 명맥을 유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광형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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