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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의 보편적 교양교육을 위한 창조적 실험2017-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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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프레시안_오피니언_2017. 2. 28.

인공지능 시대의 보편적 교양교육을 위한
창조적 실험

①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의 시대적 의의와 성과

파편적 지식 습득이 아닌 전인적 교양교육을 표방하며 지난 2015년 1월 개교한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지순협 대안대학)’이 지난해 말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지순협 대안대학을 이끌어온 심광현 지순협 운영위원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 지순협과 대안 대학과 관련된 글, 그리고 지순협 졸업생의 논문 1편을 보내왔다. 지순협의 의미와 대안대학의 미래에 관한 글을 3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2000년대에 계속 상승세를 달리다가 2009년 84%로 정점을 찍은 후 다시 하락하여 2016년 70% 정도로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70%라는 수치도 여전히 0ECD평균의 2배에 달하는 데 반해 취업률은 OECD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어마어마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경제적 과잉생산에 따른 경제공황의 피해가 고스란히 가난한 민중에게 전가되듯이, ‘학벌사회’ 이데올로기와 발맞추어 과잉 생산된 대학교육이 초래한 교육 공황의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 다수의 몫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제 인공지능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에 따라 일자리 감소의 속도가 가속화될수록 이 피해 역시 가중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육 자체가 불필요해지는 것은 아니다. 경제가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고 해서 경제가 불필요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제도적 혁신이 시급해지듯이, 교육 역시 전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과 혁신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도 초중등 교육현장에서는 진보교육감의 당선으로 2010년부터 혁신교육의 흐름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2011년 출발한 경희대학교의 후마니타스 컬리지를 제외하고는 대학교육에서 혁신의 움직임은 아직까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작 더 강력한 혁신이 필요한 대학교육에서 진학과 취업 사이의 악순환 사이클을 멈추게 할 뾰족한 제도적 방책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인공지능과 4차산업혁명의 가속화는 이제까지 ‘좌뇌중심적’인 방식으로 분과학문적인 지식 습득에 주력해온 대학교육과는 전혀 다르게, ‘좌우뇌 균형적>’인 방식으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의 연결-순환-창발을 촉진할 새로운 혁신교육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진학-취업의 연결 비율이 전체 대학 진학자(고등학교 졸업자의70%)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당장 고등학교 졸업자의 30% 이상은 기존의 대학교육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대안적인 혁신적 대학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여기에 인공지능시대의 도래와 함께 취업률이 줄어들 경우, 대안적인 혁신적 대학교육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교육 수요와 현실의 제도교육 사이의 격차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교육이 이 격차를 좁히지 못한다고 한탄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러는 동안 피해를 보는 것은 새로운 세대이기 때문이다. 경직된 사회제도가 스스로 혁신방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사회구성원들 스스로 자율적인 대안을 만들어 실천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 격차를 뛰어넘기 위해 한국 최초로 대안대학을 구성하기 위한 자율적 시도가 바로 2013년 10월에 창립한 지식순환협동조합(이하 지순협) 대안대학이다.

2. 지순협 대안대학은 창립 후 약 14개월 간의 교육과정 워크샵을 거쳐 ‘협력교육을 통한 명시적 지식과 암묵적 경험의 통섭’이라는 전적으로 새로운 교육적 패러다임을 세우고, 가속화되고 있는 자동기술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인간학적 잠재력의 전면적 발달과 자유-평등-연대의 가치를 체화한 새로운 민주시민 육성을 목표로 2015년 1월에 개교하여, 2016년 12월 첫 졸업생을 배출하였다.

이 대학은 100여명의 생산자조합원 및 후원회원(교수진)과 150여명의 소비자 조합원(학생과 일반조합원)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이기에 교육과정과 운영체계를 포함한 모든 사업 내용과 절차가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한국 고등교육 역사상 최초로 민주적인 대학설립과 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립하려는 실험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2년제 8쿼터(쿼터당 2개월 수업과 1개월의 방학) 기간 동안 개설되는 이론강좌 40여개와 워크샵강좌 20여개 중 절반 이상을 수강하고, 마지막 6개월 동안 졸업논문을 완성해야만 학교로부터 학위(비인가 학위)를 수여 받을 수 있는 지순협 대안대학의 비교적 빡빡한 교육과정은, 학생 개개인의 멘토 역할을 하는 <담임교수제>(6명)와 년간 3회 (2015년에는 4회)의 ‘학예발표회’라는 독특한 방법을 통해 협력교육을 실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개교 후 2년 8쿼터 동안 약 60여명의 교수진이 강의에 참여했으며, 휴학생을 제외하고 1-2학년을 합해서 현재 46명이 재학 중에 있다. 2016년 12월 졸업논문을 통과한 1기 학생은 4명이고, 2017년에는 17명이 졸업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중략

3. 지순협 대안대학의 교육과정은 ‘보편적 교양교육’의 실현을 교육이념으로 삼고 있다. 물론 이런 지향성은 올바른 의미의 교양교육이 모두 사라져 버린 오늘의 현실과는 대조된다. 그러나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 다시 보편적 교양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좌뇌중심적인 지식의 습득과 사용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경우, 단순한 육체노동조차 인조노동 로봇에 의해 대체될 경우, 미래사회에서 개인들의 역할은 무엇이며,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 다시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잘게 쪼개져 있는 기존의 분과학문적인 지식들은 이런 질문들에 아무런 답을 제공할 수 없다. 부분과 전체, 외부 세계와 인간의 내면, 지성과 감성, 명시적 지식과 암묵적 경험 사이에 드리워져 있던 거대한 장벽을 해체하고, 기존의 모든 이분법을 가로질러,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개인과 사회 사이의 상호작용의 전모를 규명하면서, 새로운 문명에서 개인적 삶의 위치와 역할을 새롭게 찾아내야 하는 노력은 오직 ‘좌우뇌 균형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 올바른 의미에서의 교양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올바른 의미에서의 ‘교양교육'(liberal arts)은, 학생들로 하여금 ‘개인과 사회와 자연 간의 동적인 상호관계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가운데 자유로운 자아실현의 방향을 세우고, 이를 위해 필요한 지식을 선별하고 지혜를 쌓아가면서, 대화와 협력의 자세를 확고하게 갖춘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해가도록 돕는 교육이다. 이는 분과학문의 지식을 입문식으로 개관하는 방식으로 전락한 일반대학의 현행 교양교육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영국 헤게모니가 해체되고 새로운 시대로의 이행이 가속화되던 20세기 전반기를 치열하게 사유했던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교육의 목적>(1928)라는 강연모음집에서 대학의 기능은 “원리를 우선시키고 사소한 것을 버릴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있다”(2004년 국역본: 86)고 설파한 바 있다. 그는 이 능력을 “일반화의 정신” 즉, “국면 전체를 내다보는 안목이며, 하나의 관념 체계와 다른 관념 체계와의 연관성을 포착하는 안목”(2004: 58)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나무들을 넘어서서 숲 전체를 내다보는 안목, 활기찬 삶 전체를 관통하는 진-선-미라는 가치들 간의 상관관계 전체를 내다보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바로 올바른 교양교육의 역할이다.

중략

화이트헤드가 교양교육을 “전체를 내다보는 안목”과 “생기 있는 관념”에 의해 지적 활력에 넘치는 “위대한 것을 향해 인간성을 각성시키게 한 지적 혁명”이라고 강조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식의 홍수와 경험의 표류가 일반화되어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과목 수와 교육 내용을 줄이되 “생기 있는 관념”과 “전체를 내다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 “철저하게” 사고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양교육이 필요하다.

이하 생략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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