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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베블런의 대학과 미네르바 스쿨2016-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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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_칼럼_2016. 8. 22.

베블런의 대학과 미네르바 스쿨

<유한계급론>으로 잘 알려진 소스타인 베블런(1857~1929)은 학자로서의 명성은 높았지만 평생을 대학 내의 ‘이방인’으로 보냈다. 오랜 기간 동안 강사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 임용 후에도 시카고·스탠퍼드·미주리·뉴욕사회과학원을 전전했던 것은 대학과의 불화 때문이었다. 괴팍한 성격이나 기행 등 개인적 차원의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대학은 지식을 보존하고 확장하는 ‘학문의 전당’이자 학문 후속세대를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이어야 한다는 신념이 규모의 확대에 주력하던 당대의 대학과 부딪쳤던 게 더 큰 원인이었다.
베블런은 대학의 가장 큰 덕목이 ‘한가로운 호기심’과 ‘장인본능’이라고 보았다. 인간은 한가로운 호기심(idle curiosity)으로 인해 보상이나 유용성의 고려 없이도 사물에 대한 지식을 추구하고 그 속에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은 또한 사물의 원리를 스스로 납득할 수 있게 만들고 이를 현실에서 완벽하게 재현하려는 장인본능(instinct of workmanship)으로 인해 객관적 지식들의 체계를 쌓을 수 있다. 그는 교수와 학생 사이의 지적인 상호작용이 이러한 본능들을 고취시킴으로써 고등학문을 보존하고 발전시킨다고 믿었다. 대학이 진정한 학문의 전당이 되기 위해서는 의사·법률가·경영자를 양성하는 전문대학원이나 시민적 덕성의 고취를 위한 학부생 교육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중략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고 대학의 사명은 학문 후계자 양성에 있다는 베블런의 주장은 틀렸다. 오늘날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더 많은 배움의 기회를 주는 것이며, 대학은 새로운 방식을 동원해 문호를 더 개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학이 진정으로 필요한 지식을 제공할 수 있고, 미네르바 스쿨과 같은 혁신적 ‘기업’의 도전에 맞서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영리기업가보다 더 절실한 문제의식과 더 강력한 동기와 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요구된다. 관건은 대학의 주인임을 자처하는 교수들이 교육의 영역에서 ‘한가로운 호기심’과 ‘장인본능’의 빛을 학생들과 함께 얼마나 밝게 만들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화여대 ‘미래라이프대학’ 사태가 때와 장소를 달리해서 반복되고, 대학의 주인이었던 학자들이 그 자리를 ‘세속적 인간’들에게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박종현 경남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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