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교수신문_강의⋅교육_2017. 3. 27.
대학의 직업교육 실패가 청년실업을
유발했다는 ‘딜레마’
대선과 총선 때가 되면 청년 창업지원을 포함한 청년 일자리 공약이 쏟아진다. 박근혜 정부는 ‘창업국가 미국(Start-up America)’이라는 국가비전을 내세운 미국 오바마 정부를 본 따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실현을 제1의 국정목표로 설정하고 청년의 기술창업 벤처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창업의지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2015년 10월 한중일 3국 수도권 지역 거주 대학(원)생 대상으로 실시한 창업 인식 조사에서 중국은 40.8%, 우리나라는 6.1% 일본은 3.8%가 창업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GEM(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 보고서에도 우리나라 청년층의 창업 의도는 13%로 중국(20.4%)이나 대만(25.5%)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통계청이 2016년 7월에 발표한 ‘2016년 5월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의 약 40%가 일반직공무원 준비생(공시생)이고 그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공무원의 직업안정성과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일 것이다. 공무원 정년보장과 급여를 삭감하면 창업희망자가 늘어날까. 일부 효과는 있겠지만 이 경우에는 공무원 대신 다른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 헤매는 비율이 더 높아질 것이다.
‘실패’ 두려워하는 한국 청년들
창업 장애 요인을 보면 한국은 실패에 대한 위험부담(38.0%), 중국은 창업 아이템 부재(46.2%), 일본은 정보부족(23.1%)이 상대적으로 높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실패를 더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창업에 대한 두려움이 큰 탓인지 창업 희망 업종 중에서 진입장벽이 낮고 큰 비용이 들지 않는 요식업을 희망하는 비율이 31.3%로 중국 11.2%, 일본 7.0%에 비해 훨씬 높다. 그런데 창업이 쉬운만큼 폐업율도 높다. 청년들이 이미 포화상태인 요식업을 최고의 희망 창업 업종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청년창업 미래가 밝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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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를 논할 때 대학에 쏟아지는 비판 중의 하나는 대학의 직업교육 실패다. 2016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교육경쟁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교육 경쟁력은 61개국 중 50위다. 낮은 경쟁력은 대졸자들이 기업체가 원하는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기업체와 사회투자론자들의 비판과 궤를 같이 한다.
이 비판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대학이 특정 기업이 필요로 하는 특정 역량을 길러주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대학이 특정 역량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는 이유가 있다. 직업에 필요한 역량(지식과 기술)은 어느 직종에서나 활용할 수 있는 일반 역량과 특정 역량으로 나뉜다. 특정 역량은 다시 특정 산업에만 활용 가능한 특정 산업용 역량과 특정 기업에만 활용 가능한 특정 기업용 역량으로 나뉜다.
개별 기업은 노동자가 특정 기업용 혹은 산업용 역량을 갖추기를 바라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세월이 지나도 기업으로부터 임금이 보장된다는 ‘임금보호’ 실업을 당할 위험이 크지 않다는 ‘고용보호’ 실직시 새로운 직장을 찾을 때까지 국가가 생활을 보호한다는 ‘실업보호’가 전제되지 않는 한 일반 기술을 갖추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스웨덴이나 독일에서 특정 역량을 연마하는 직업교육에 대해 선호가 높은 이유는 잘 발달된 복지제도 때문이다. 특정 역량을 길러주는 교대, 의대, 사관학교 등의 특수목적대학에 학생들이 몰리는 이유는 채용 보장뿐만 아니라 임금보호와 고용보호가 잘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기업 취직을 보장하는 사회맞춤형학과는 복지제도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이 대학과 직접 손을 잡고 특정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는 다른 대학의 유사학과 취업 가능성을 낮추는 부작용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비판의 또 다른 의미는 대학이 현재와 미래 직업에 부합하는 일반 역량도 길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새는 그러한 학과가 거의 줄어들었으리라 생각된다. 오히려 취업이 거의 보장된 특수목적대학은 변화 수용성 정도가 낮아 이러한 비판을 받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대학인들 중에는 대학은 학문을 하는 곳이지 직업훈련원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는 이도 있다. 이 주장은 대학이 특정 기업 역량을 길러주는 곳이 아니라는 의미이지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데, 그리고 직업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일반 역량을 길러주는 곳이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다.
대학이 고등교육 공급 독점권을 가지고 있던 때는 대학이 원하는 것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주어도 됐지만 이제는 그리하기가 어렵다. 대학이 제공하고자 하는 것과 학생과 사회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 일치하지 않을 때 그 대학은 생존하기 힘들다. 특히 학생 등록금에 주로 의지해서 운영되는 대학일 경우에는 더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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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먹거리 걱정…대학도 바뀌어야
우리나라 대학교육 국제경쟁력이 최하위권으로 나온 이유는 대학들이 이러한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에 실패한 탓이다. 대학교육경쟁력 국제순위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잣대는 “경제의 일선 현장에 있는 CEO 등을 대상으로 해 교육을 통한 인적자원이 얼마나 기업에 유용한가를 묻는 설문조사의 결과”다.
대학의 존재 이유는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바뀌어간다. 제4차 산업혁명기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양, 새로 생겨날 가능성이 있는 직업들에 필요한 일반역량, 그리고 새로운 직업에 필요한 특정 역량도 길러줄 수 있도록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 나아가 대학 스스로가 그러한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 될 때 대학은 미래 변화를 주도하는 기관,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관으로 살아남게 될 것이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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