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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대학원 절반 10년내 사라진다…교실을 뒤집어라2018-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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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일경제_비즈&_2018. 1. 5.

경영대학원 절반 10년내 사라진다…
교실을 뒤집어라

나를 넘어 주위를 살피고 현재 상태에 의문 가지고…하스엔 `4가지 원칙` 있다
■ 리치 라이언스 UC버클리 하스 경영대학원 학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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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출신 배경을 갖고 있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공통적으로 거치는 과정이 있다. 바로 경영학석사(MBA) 학위 과정이다. MBA는 높은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경영 전반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진이 되기 위한 필수 코스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 디지털화 등 기술 발전은 산업 현장뿐 아니라 경영대학원 역시 중대한 위기에 직면하게 했다.
온라인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MOOC(온라인 대중 공개수업)는 비싼 풀타임 MBA 등록금을 내지 않고도 유명 교수들의 강의를 언제 어디서든 무료로 볼 수 있게 했다. 게다가 기술 발전으로 인한 자동화는 경영대학원의 역할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재무, 회계, 마케팅 등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는 경영학 전반 분야가 기계 또는 로봇에 의해 대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글로벌 톱 경영대학원 중 하나인 UC버클리 하스 경영대학원의 리치 라이언스 학장은 2014년 온라인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경영대학원의 절반가량이 5~10년 내에 사라질 거라는 파격적인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글로벌 경영대학 인증기관인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에 따르면 미국의 2년제 전일제 MBA 과정 등록자 수는 2010~2016년 약 3분의 1이 줄었다.

경영대학원은 다가오는 변화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걸까. 매일경제 비즈타임스는 최근 동문 행사를 위해 방한한 리치 라이언스 학장과 만났다.

라이언스 학장은 먼저 경영대학원의 절반이 사라질 거란 예측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경영대학원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경영대학원만이 할 수 있는 교육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히 지식을 전수하는 교육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손쉽게 할 수 있다”면서도 “한 단계 더 높은 실습 및 정체성 측면의 교육은 (경영대학원 없이) 디지털 기술만으로는 잘 전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응용·체험학습 등을 통해 배운 것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고 학생의 정체성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교육은 경영대학원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디지털 기술을 수업에 성공적으로 접목시켜 교육의 질을 높인 톱 경영대학원들은 오히려 경쟁률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스 경영대학원 역시 지난 20년간 입학생 수가 두 배 가까이 증가해 2200명을 넘어섰다. 재작년 252명을 뽑는 입시에는 정원의 15배가 넘는 4000여 명이 몰리기도 했다.

라이언스 학장은 “경영대학원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실습 및 정체성 교육을 더 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활용한 리더십 시뮬레이션 교육을 예로 들었다. 이 밖에 하스 경영대학원은 외부의 전문가를 교실 스크린으로 초대해 사례 공부를 하는 등 다양한 기술을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그는 “지식 습득에서 실습, 정체성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경영대학원이 가치 사슬의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지금도 경영대학원의 절반가량이 5~10년 내에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나.
경쟁이 매우 심해 분열된 산업에서는 연 5% 정도가 실패 등 이유로 사라진다. 경영대학원도 이에 해당한다. 2012년도 즈음 AACSB는 전 세계적으로 1만3000곳의 경영대학원이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 수가 매우 많다. 만약 이 중 10년 동안 매년 5%가 사라진다면 자연적으로 그 절반이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나는 이와 함께 ‘온라인 혁명’이 그 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봤다. 점점 더 많은 경영대학원이 온라인 프로그램을 도입·활용하고 있다. 10년 동안 절반이 사라질 거라는 예측은 (온라인의 영향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보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숫자의 문제인가. AI와 같은 기술 발전으로 경영학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는 한편 대체 가능해지고 있다. 미래에도 경영대학원에 대한 수요가 있을 거라고 보나.
미래에도 여전히 MBA 학위에 대한 시장 수요는 강할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요구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 교육에는 지식 습득(knowing), 실습(doing), 정체성(identity) 측면이 있다. 훌륭한 교육은 이 세 가지를 어떻게 통합하느냐에 달렸다. AI, 디지털화 등은 지식이 전수되고 확산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사실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은 디지털 수단을 활용해 점점 더 손쉽게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실습 및 정체성과 관련된 경험은 현재로서는 (경영대학원 없이) 디지털 기술만으로는 잘 전달할 수 없다.

―실습과 정체성 측면의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경영대학원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인가.
그렇다. 지식 습득에서 실습, 정체성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경영대학원이 가치 사슬의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디지털 기술은 실습 부분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경영대학원은 이를 활용해 체험 교육을 더 잘할 수 있다. 리더십과 가장 연관이 큰 부분인 정체성 측면의 교육은 재능 있는 사람들 간의 면대면 교류와 상호작용이 여전히 매우 중요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어떤 교육을 할 수 있나.
VR와 AR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교육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한 예로 ‘리더십 행동’ 실험실을 만들어 ‘리더가 하기 어려운 행동 10가지’를 직접 체험하며 연습해볼 수 있다.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관리자나 리더는 언젠가 누군가를 해고해야 하지만 이는 매우 어렵다. 서투른 나머지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해고 당하는 사람에게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사건이므로 해고의 무게를 이해하고 적절하게 행동해야 한다.

중략

―하스 경영대학원은 구체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수업에 어떻게 접목하고 있나
‘교실 뒤집기(flipped classroom)’가 대표적이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전 수업을 개설하면 학생들이 이를 온라인에서 듣고, 실제 수업 시간은 심화·응용 학습을 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 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외부의 새로운 인물을 교실 안으로 데려와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한 예로 하스 경영대학원에서 40~50마일 떨어져 있는 구글 관계자가 하루 만에 버클리로 와 수업을 하고 갈 수는 없다. 오고 가는 데만 5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크린으로 옮겼다. 수업시간 30분이면 된다.

―학생들 반응은 어떤가.
실습 및 정체성 단계의 수업이 가능해지고 있는 것에 학생들 역시 감사하고 있다. 교실 뒤집기의 경우 단순한 지식 습득은 디지털 방식으로 교실 밖에서 이뤄지고 토론, 응용·체험 학습 등을 통해 한 단계 더 높은 교육인 실습 단계의 교육을 할 수 있다. 또 현장의 기업가와 전문가를 교실로 데려옴으로써 사례의 핵심 관계자들로부터 실제 비즈니스 사례가 어떻게, 왜 그렇게 진행됐는지를 들으며 생생한 공부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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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산업 현장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과 직접 만나보면서 학생들은 그들 자신 속에 있는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엔지니어링을 경영학에 도입해 두 개의 학위를 취득할 수 있게 하는 MET(The Management, Entrepreneurship & Technology)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엔지니어링 외에 또 다른 학문을 경영학과 접목시킬 계획이 있나.
엔지니어링과 경영학 두 학위를 갖고 있는 학생들의 시장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일단 엔지니어링부터 시작했다. 복수 학위 제도를 통해 대학의 다른 학과와도 협력·교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생물학, 화학, 데이터 과학, 건강 과학 분야와 접목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 과학 분야는 매우 큰 시장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학교의 교수와 직원, 학생들이 지켜야 할 4원칙을 정립해 장려하고 있다. 기업 등 조직에서 문화적 전략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3~4곳의 훌륭한 경영대학원에 합격했지만 하스 경영대학원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가장 중요한 이유로 4원칙을 말한다. 즉 문화다. 그들은 하스 경영대학원을 방문해보면 학생들이 그 문화를 매우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다른 경영대학원에 가서 “이 학교의 핵심 가치는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황당한 웃음을 지을 것이다. 말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스 경영대학원에서 이 질문을 하면 4원칙을 말할 뿐만 아니라 이를 실천하고 있는 주위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가령 ‘자신을 넘어서라(Beyond yourself)’는 원칙과 관련해서는 필기한 것을 교실 동료 전체에 공유하는 이야기를 말해줄 것이다. 오직 20%만이 A 성적을 받을 수 있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류와 삼류를 비교할 때는 명성이 제일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일류와 일류를 비교할 때는 문화가 차이를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다.
 기사의 3번째 이미지―졸업생들이 4원칙을 커리어의 이정표로 삼는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4원칙이 어떤 영향을 미치나.
4원칙을 실천하는 문제는 매일매일 근무환경에서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의 문제다. 가령 ‘현 상태에 의문을 제기하라(Question the status quo)’는 원칙과 관련해서는 업무 회의 중 “이게 정말 맞느냐”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것은 얼마나 똑똑한지와는 조금 다르다. 기업이나 대학 등에서 관련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을 때 어떤 이들은 “이건 말도 안 돼. 분명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거야”라고 말하지만 어떤 이들은 정말 똑똑한 사람들임에도 “그게 원래 하던 방식이니까 그렇게 하면 돼”라고 말한다. 현 상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강력한 마음의 습관이다. 간단한 질문이지만 다각적인 측면을 고려해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다. ‘자신을 넘어서라’는 원칙은 주위 사람들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특히 관리자에게는 직장 동료들의 커리어를 개발하는 데 투자하고 있는지의 문제다. ‘책임자는 마지막에 먹는다’는 말이 있다. 문제는 관리자 또는 리더로서 당신 자신을 위해 일할 것인지, 아니면 조직을 위해 기여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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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치 라이언스 학장은
1993년부터 UC버클리대 하스 경영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다. 2008년 하스 경영대학원 학장으로 취임했다. 2010년 4원칙을 정립해 하스 경영대학원만의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문화적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기고를 포브스에 연재하기도 했다. 학교 행사에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등 학생들과 격의 없는 소통으로도 유명하다.

학장 취임 전에는 골드만삭스의 최고 교육 책임자로서 직원 및 경영진 교육을 총관리했다. UC버클리에서 재무학을 공부해 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MIT에서 통화 분야를 공부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8년 학장 임기가 종료된다. 이후 안식년을 가지며 집필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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